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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놀이 이야기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by soriedus 2026. 2. 22.

어느 날 아침, 쌓기 영역이 평소보다 조용했다.

가까이 가보니 블록을 높이 쌓아 올린 벽 뒤에서 아이 세 명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훈이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어 막았다.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여기 비밀 기지예요."

나는 멈췄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섰다.

"알겠어. 선생님은 여기 있을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어른이 섣불리 들어가면 그 세계가 무너지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건 비밀 기지예요! : 교실 속 놀이가 진짜 공부가 되는 순간
선생님, 이건 비밀 기지예요! : 교실 속 놀이가 진짜 공부가 되는 순간

무너지는 벽 앞에서 생긴 일

비밀 기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훈이와 수아가 블록을 높이 쌓아 지붕을 얹으려는 순간,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처음에는 둘 다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더니 지훈이가 말했다. "밑에를 더 넓게 해야 해." 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블록을 다시 깔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을 조용히 지켜봤다.

두 아이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밑면이 넓어야 위가 안정된다는 것, 무게 중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블록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혔다. 이게 과학이다. 교과서 없이, 설명 없이, 실패와 시도 속에서 배우는 과학.

두 번째 시도에서 벽이 섰다. 세 아이가 동시에 "됐다!" 하고 소리쳤다.

비밀 기지 안에서 생긴 규칙들

비밀 기지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 들어오려면 암호가 있어야 해." 지훈이가 선언했다. "암호가 뭔데?" 뒤늦게 합류하고 싶었던 민준이가 물었다.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암호를 정했다. "바나나." 왜 바나나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세 명 모두 진지했다.

민준이가 "바나나"라고 말하자 지훈이가 문 역할을 하는 블록을 치웠다. 민준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네 명이 됐다.

이 짧은 장면 안에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것, 규칙을 협상하는 것,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담겨 있었다. 유아기 사회성 발달의 핵심이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교사는 무엇을 했나

나는 그날 오전 내내 비밀 기지 근처에 있었지만 딱 한 번만 개입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기지를 허물기 싫어했다. "내일도 있을 거야?"라고 묻는 표정이 안타까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사진으로 찍어둘까? 내일 다시 만들 때 보면서 만들 수 있게." 아이들이 환호했다.

다음 날 아침, 지훈이는 등원하자마자 나에게 달려왔다. "선생님, 사진 보여줘요. 비밀 기지 다시 만들 거예요."

교사의 개입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들의 놀이를 중단시키지 않으면서, 내일로 이어질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 기록 하나가 놀이를 연장시켰다.

겉으로 보면 그냥 블록 놀이다

부모님들이 가끔 묻는다. "유치원에서 뭐 배워요?" 오늘 같은 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비밀 기지 만들었어요.

벽이 왜 무너지는지 알아냈고, 암호를 만들고, 친구를 들여보내는 규칙을 협상했어요.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고, 완성됐을 때 셋이 동시에 소리쳤어요.

겉으로 보면 블록 놀이예요. 그런데 그 안에서 아이들은 물리 법칙을 경험하고, 사회적 규칙을 만들고, 실패를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했어요. 이게 만 3세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배움의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