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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놀이 이야기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by soriedus 2026. 2. 18.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관찰"이라고 대답한다.

가르치는 것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다. 처음에는 그게 낯설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아이를 제대로 보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관찰이 답이다: 놀이 속에서 발견하는 유아의 성장
관찰이 답이다: 놀이 속에서 발견하는 유아의 성장

블록이 알려준 것

3월 초, 한 아이가 매일 블록 영역에 혼자 앉아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냥 혼자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셨다. 혹시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건 아닌지.

나는 며칠 동안 그 아이를 조용히 관찰했다.

아이는 블록을 무작위로 쌓는 게 아니었다. 색깔별로 먼저 분류하고, 큰 것부터 쌓은 뒤 작은 것으로 마무리했다. 무너지면 짜증을 내는 대신 뭐가 문제였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다시 쌓을 때는 방법을 바꿨다.

그 아이는 고립된 게 아니었다.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있었다. 관찰 기록이 쌓이면서 그 패턴이 보였고, 나는 부모님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었다.

관찰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이해가 된다

나는 아이들의 놀이 장면을 매일 학급일지에 기록한다. 누가 누구와 놀았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처럼 보이지만, 한 달치 기록이 쌓이면 아이의 성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3월에 혼자 블록만 쌓던 아이가 4월에는 옆 아이에게 "이거 같이 만들자"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그 한 마디가 기록에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순간이다. 기록이 있었기에 그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께 상담에서 이 이야기를 드리면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이 있다.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못 봤는데." 유치원에서 교사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어떤 순간에 빛나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

관찰은 기다림이다

관찰하는 교사는 개입을 참는다. 아이가 갈등 상황에 놓여도, 놀이가 막혀도 바로 달려가지 않는다. 먼저 지켜본다.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개입하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기다렸을 때 아이가 스스로 찾아낸 해결책은, 교사가 대신 해결해줬을 때와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아이가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 그게 쌓이면 자신감이 된다. 그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게 교사의 관찰이고,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