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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중심 교육 이야기

교실 속 놀이 환경, 제 3의 교사

by soriedus 2026. 4. 3.

유치원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먼저 '공간'과 만납니다. 넓게 펼쳐진 카펫, 낮게 배치된 교구장,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그리고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와 조약돌들.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에게 "여기서 무엇을 해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인 '놀이 중심 교육'에서 환경은 단순한 놀이의 배경이 아닙니다. 환경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를 촉진하며, 배움을 확장시키는 능동적인 교육의 주체입니다.  

 

교실 속 놀이 환경, 제 3의 교사
교실 속 놀이 환경, 제 3의 교사

교실 문을 열었을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오는 순간을 관찰하면 재밌는 것이 보인다.

교사에게 먼저 달려오는 아이가 있고,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블록 영역으로 가는 아이가 있고,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자리를 정하는 아이가 있다. 이 세 아이 모두 교실 공간에 반응하고 있다. 교사가 아직 아무 말도 하기 전에.

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에서는 교실 환경을 제3의 교사라고 부른다. 아이의 성장을 돕는 존재가 인간 교사, 또래 친구, 그리고 환경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실에서 일하면서 점점 확신하게 됐다. 환경은 정말로 가르친다.

공간이 말을 건다

낮은 선반에 재료가 정돈되어 있으면 아이는 스스로 꺼낼 수 있다. 교사에게 "이거 꺼내줘"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 작은 차이가 하루 동안 아이의 주도성에 영향을 준다.

블록 영역이 넓으면 아이들이 더 큰 구조물을 만든다. 좁으면 작은 것을 만들거나 금방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같은 블록인데 공간이 달라지면 놀이의 규모가 달라진다.

창가에 작은 의자 하나를 놓아두면 아이들이 그 자리를 좋아하는 혼자만의 공간으로 만든다.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먼저 의미를 부여한다.

공간 자체가 아이에게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게 환경이 가르친다는 뜻이다.

교실을 바꾸면 아이가 바뀐다

3월 초에 우리 반 블록 영역이 교실 구석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깐 쌓다가 금방 자리를 떴다. 뭔가 아쉬웠다.

한 주가 지나고 블록 영역을 교실 중앙으로 옮기고 공간을 넓혔다. 다음 날 달라졌다. 혼자 쌓던 아이들이 서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작은 탑을 쌓던 놀이가 마을을 만드는 놀이로 발전했다.

같은 아이들이었다. 같은 블록이었다. 공간만 바뀌었는데 놀이가 깊어졌다.

4월에는 블록 영역 옆에 동물 피규어와 천 조각을 추가했다. 아이들은 다음 날 아침부터 동물 농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다. 재료가 거기 있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먼저 연결했다.

자연물이 있는 교실

우리 유치원 교실에는 자연물이 있다. 나들이에서 주워온 돌멩이, 솔방울, 나뭇가지, 마른 잎. 한쪽 선반에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아이들은 이것들을 가지고 논다. 나뭇가지가 요리 재료가 되고, 돌멩이가 가게 물건이 되고, 솔방울이 아기가 된다. 기능이 정해진 장난감보다 기능이 없는 자연물에서 더 다양한 놀이가 나온다.

자연물이 있는 교실은 아이들에게 "여기는 자연과 연결된 곳"이라는 신호를 준다. 밖에서 가져온 것이 교실 안에 있다는 것이 바깥과 안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나들이에서 본 것을 교실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정리도 환경의 일부다

정리된 교실이 좋은 이유가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각 영역에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이 알고 있으면 스스로 꺼내고 스스로 돌려놓는다. 그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내가 쓴 것은 내가 돌려놓는다"는 것을 교실 구조가 가르쳐준다.

정리가 잘 된 교실은 다음 놀이가 더 잘 시작된다. 어수선한 공간에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깔끔한 공간에서는 아이가 빠르게 자기 놀이를 찾아간다.

교사가 말로 "자, 정리하고 다음 활동 시작하자"라고 하지 않아도, 정리된 환경 자체가 다음이 시작된다는 신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