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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중심 교육 이야기

스스로 고른 놀이는 다르다

by soriedus 2026. 2. 19.

어느 날 자유놀이 시간에 민재가 미술 영역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색연필을 집어 들고 그리기 시작했는데, 30분이 지나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다 그리고 나서는 나에게 가져와 "선생님, 이거 봐요"라고 했다. 종이 가득 알 수 없는 선과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민재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우리 집이고, 이건 엄마, 이건 강아지."

내가 주제를 정해줬다면 30분을 앉아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놀이 중심 교육, 유아의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방법
놀이 중심 교육, 유아의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방법

선택이 주인의식을 만든다

자기주도성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느낌이다.

교사가 "오늘은 집을 그려봐요"라고 하면 아이는 시키는 대로 집을 그린다. 그런데 "오늘은 네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려봐요"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 세계를 꺼낸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전자가 높을 수 있지만, 그림에 대한 애착과 집중도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놀이 중심 교육에서 자유선택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 고르는 경험이 쌓이면, 자기가 선택한 것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블록이 무너져도 다시 쌓는다. 그림이 마음에 안 들면 새 종이를 꺼낸다. 포기하는 대신 다시 시도한다.

교사의 역할은 '안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데 있어 교사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을 때,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을 때, 금방 해결해줄 수 있을 때 — 그래도 기다리는 것이 교사의 일이다.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

민재가 그림을 그리던 날, 나는 옆에 앉아 "무슨 그림이야?"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가 준비됐을 때 가져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아이가 "선생님, 이거 봐요"라고 말하며 가져왔을 때의 표정, 그 뿌듯함이 자기주도성의 씨앗이다. 누가 시켜서 완성한 그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끝까지 한 그림이라는 것을 아이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선택들이 쌓인다

유치원에서의 자기주도성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어느 영역에서 놀지 고르는 것, 어떤 색을 쓸지 결정하는 것, 친구와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협상하는 것.

이 작은 선택들이 매일 쌓이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그 감각이 나중에 더 큰 도전 앞에서도 시도해보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