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42 "나도 할래" — 세 글자에 담긴 것 자유놀이 시간, 소꿉놀이 영역에서 두 아이가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한 아이가 옆에 서서 한참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나도 할래."세 글자였다. 그런데 그 세 글자를 꺼내기까지 그 아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입학 초만 해도 이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랬던 아이가 오늘 먼저 말을 걸었다.놀이 안에서 언어가 자란다는 게 이런 순간이다.말은 놀이 안에서 늘어난다만 3세 아이들의 언어 발달은 놀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교사가 앞에서 단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놀이 안에서 필요해서 쓰는 말이 훨씬 빠르게 쌓인다.역할놀이를 할 때 아이들이 쓰는 말을 들어보면 놀랍다. "손님이 왔어요, 어서 오세요", "이건 다 팔렸어요, 저쪽.. 2026. 2. 18.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관찰"이라고 대답한다.가르치는 것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다. 처음에는 그게 낯설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아이를 제대로 보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아이들은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블록이 알려준 것3월 초, 한 아이가 매일 블록 영역에 혼자 앉아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냥 혼자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셨다. 혹시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건 아닌지.나는 며칠 동안 그 아이를 조용히 관찰했다.아이는 블록을 무작위로 쌓는 게 아니었다. 색깔별로 먼저 분류하고.. 2026. 2. 18. 아침 등원, 배움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 반 아이들은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논다.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블록 영역으로 달려가는 아이, 어제 하다 만 그림을 꺼내드는 아이, 창가에 놓인 화분을 들여다보는 아이. 교사가 "자, 이제 시작합시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 영역에 아이들이 몰리는 날은 뭔가 큰 구조물이 나올 것 같고, 역할놀이 영역이 조용한 날은 오후에 갑자기 소꿉놀이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자유놀이 시간, 교사는 무엇을 하나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신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동안 교사는 뭘 하냐고.관찰한다.그냥 지켜보는 게 아니다. 누가 누구와.. 2026. 2. 18. 그냥 노는 게 아닙니다, 유아 놀이의 교육적 가치 모래놀이 앞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유치원 모래놀이 영역에 아이 네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같은 모래, 같은 삽과 양동이. 그런데 들여다보니 네 명이 하는 것이 전부 달랐다.한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모래를 손으로 꼭꼭 눌렀다. 손바닥으로 느끼는 촉감에 집중하는 표정이었다. 옆 아이는 양동이에 모래를 가득 담았다가 뒤집고, 또 담았다가 뒤집기를 반복했다. 또 다른 아이는 숟가락으로 모래를 퍼서 그릇에 담으며 "이건 밥이야, 많이 먹어"라고 혼잣말을 했다. 마지막 아이는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선을 긋더니 "여기가 길이야"라며 작은 돌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나는 그 장면을 한참 지켜봤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네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있었다.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배우고 있다모래를 손.. 2026. 2. 17. 놀이 속에서 자라는 유아의 힘 인형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어느 날 오후 자유놀이 시간, 교실 한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나연이가 인형을 꼭 붙잡고 있었고, 지호가 그걸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내꺼야!" 나연이가 소리쳤다. 지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잠깐 지켜봤다.그때 나연이가 잠시 멈추더니 인형 하나를 지호에게 건넸다. "이거 가져."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 같이 누울래?" 세 명의 아이가 나란히 인형을 안고 누웠다. 싸움은 그렇게 끝났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했다.나는 그 장면을 학급일지에 기록해뒀다. 교사가 개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갈등을 풀어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싸움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연습이다만 3세 아이들의 교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누가 먼저 .. 2026. 2. 17. 놀이 중심 교육, 왜 지금 다시 주목 받을까? "한글은 언제 배워요?" —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보면 학부모 상담에서 꼭 한 번씩 이런 말을 듣는다."선생님, 우리 아이 한글은 언제 배워요?"틀린 질문이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궁금하다.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종일 노는 것 같은데, 옆집 아이는 벌써 한글을 읽는다고 하면 불안해지는 게 자연스럽다.그런데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블록 하나로 시작된 15분입학한 지 얼마 안 된 3월의 어느 날, 한 아이가 블록 영역에 혼자 앉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쌓기만 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자 블록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작은 동물 피규어를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이건 집이야. 여기가 문이고." 혼잣말을 하면서. 옆에 다른 아이가 다가오자 "여기는.. 2026. 2. 17.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