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세45 3월 유치원 현관 앞 풍경 매년 3월 첫 주, 유치원 현관 앞에는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부모님의 뒷모습. 어떤 분은 빠르게 걸어가고, 어떤 분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을 흔드는 분도 있다.나는 그 뒷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저 분들 마음이 아이보다 더 힘들겠다고.아이는 교실에 들어오면 울다가도 점토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부모님은 집에 돌아가서도, 일하는 내내도, 픽업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지금 잘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혹시 또 울고 있는 건 아닐까."오늘은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처방전이 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안한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신학기 적응 이야기를 하면 대개 아이에게만 초점이 .. 2026. 2. 26. 퇴근 전, 다음 주 아이들을 생각하며 3월 첫 주를 앞둔 금요일 저녁, 나는 유치원에 남아 교실을 정리하고 있었다.월요일이면 처음 오는 아이들이 이 교실에 들어설 것이다. 어떤 아이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릴 것이고, 어떤 아이는 엄마 손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해마다 다시 마음이 쓰인다.그리고 나는 안다. 교실 밖에서는 부모님들도 똑같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매년 3월마다 가장 많이 받는 연락이 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아침마다 안 가겠다고 울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려 한다.등원 거부, 왜 생기는 걸까등원 거부를 단순히 "고집"이나 "예민한 성격"으로 보면 해결이 어렵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2026. 2. 26. 장난감을 다 치웠더니 생긴 일 어느 날 오후 자유놀이 시간에 교실 한쪽 영역의 교구를 모두 정리하고 빈 공간을 만들어뒀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 공간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멀뚱멀뚱 서서 바라봤다. "선생님, 여기 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더니 잠시 후 한 아이가 자기 신발을 벗어서 그 공간에 놓았다. "이거 자동차야." 그 말 한마디가 신호탄이었다.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볼록한 블록 하나를 가져와서 "이거 집이야"라고 했다. 빈 공간은 금세 아이들이 만들어낸 마을이 됐다. 신발로 만든 자동차가 블록 집 앞에 주차됐다.정해진 장난감이 없을 때, 아이들의 상상력은 오히려 더 크게 작동한다. 장난감이 상상력을 막는 경우도 있다장난감에는 정해진 기능이 있다. .. 2026. 2. 24. 장난감은 많은데 왜 5분을 못 노나요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장난감은 엄청 많은데 맨날 심심하다고 해요. 5분도 못 가고 딴 걸 찾아요."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이 말이 낯설지 않다. 비싸게 산 교구가 한쪽에 쌓여 있고, 아이는 여전히 "놀아줘"를 외치는 상황. 문제가 뭘까 고민하다가 유치원 교실을 떠올렸다.우리 교실에는 특별히 비싼 장난감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유놀이 시간에 한 영역에서 30분, 길게는 한 시간도 집중해서 논다. 집과 교실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교사이자 엄마의 눈으로 오랫동안 생각해봤다.결론은 장난감의 수나 가격이 아니었다. 공간의 구성이었다. 장난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유치원 교실에는 한 영역에 놀잇감이 많지 않다. 블록 영역에는 블록만, 미술 영역에는 미술 도구만. 그리고 아이들이 .. 2026. 2. 23.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어느 날 아침, 쌓기 영역이 평소보다 조용했다.가까이 가보니 블록을 높이 쌓아 올린 벽 뒤에서 아이 세 명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훈이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어 막았다.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여기 비밀 기지예요."나는 멈췄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섰다."알겠어. 선생님은 여기 있을게."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어른이 섣불리 들어가면 그 세계가 무너지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벽 앞에서 생긴 일비밀 기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지훈이와 수아가 블록을 높이 쌓아 지붕을 얹으려는 순간,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처음에는 둘 다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더니 지훈이가 말했다. "밑에를 더 넓게 해야 해." 수아가 고개를 끄.. 2026. 2. 22. 교실 문을 열면서 시작된 배움 아침에 교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배움은 시작된다.가방을 내려놓으며 어제 만들다 만 블록 구조물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아이, 창가 화분에 물이 필요한지 들여다보는 아이, 친구가 오자마자 "나 어제 꿈에서 공룡 봤어"라고 말을 거는 아이. 교사가 "자, 시작합시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가 열리고 있다.나는 이 장면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배움은 앉아서 듣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몸으로 먼저 안다어느 날 바깥 나들이에서 아이들이 경사진 흙길을 만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나중엔 신이 나서. 몇 번을 반복하다가 한 아이가 멈춰서 말했다. "모래가 많은 데가 더 잘 미끄러져."중력을 배웠다. 마찰을 경험했다. 교과서 없이, 설.. 2026. 2. 20. 이전 1 ···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