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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놀이 이야기

내 기분을 색으로 칠해봐요 — 유리병 감정 그림 이야기

by soriedus 2026. 6. 10.

내 기분을 색으로 칠해봐요 — 유리병 감정 그림 이야기
내 기분을 색으로 칠해봐요 — 유리병 감정 그림 이야기

오늘 기분이 무슨 색이에요?

어느 날, 아이들 앞에 유리병 그림이 한 장씩 놓였다.

"오늘 내 기분을 색으로 칠해봐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어떤 색을 써야 한다는 말도, 이렇게 칠하면 된다는 말도 없었다. 그냥 유리병 그림 하나와 색연필. 아이들이 잠시 그림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각자 다른 색을 집어 들었다.

빨간색을 집은 아이, 파란색을 고른 아이, 노란색과 주황색을 동시에 쥔 아이. 색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기 기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

만 3세 아이들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분이라는 것이 뭔지 아직 언어로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쁜 것과 신난 것의 차이, 슬픈 것과 무서운 것의 차이를 말로 구분하는 것은 꽤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색은 다르다. "지금 기분이 무슨 색 같아?"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색은 언어보다 감각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말로는 꺼내기 어려운 감정이 색을 통해 먼저 나온다.

빨간색을 고른 아이에게 왜 빨간색을 칠했냐고 물었더니 "뜨거운 느낌이요"라고 했다. 파란색을 고른 아이는 "오늘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 색으로 먼저 꺼냈고, 그 다음에 말이 따라왔다.

유리병 안에 담긴 것들

유리병 그림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유리병은 안이 비어 있고, 투명하다.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형태다. 아이들이 자기 기분을 유리병 안에 '담는다'는 감각으로 칠하도록 하고 싶었다.

또 유리병은 깨질 수 있다.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내 감정도 그렇다. 소중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색칠한 유리병 그림이 제각각이었다. 한 가지 색으로 가득 채운 것, 여러 색이 층을 이루는 것, 색이 반쪽만 차 있는 것, 유리병 밖으로 색이 삐져나온 것. 그 모양만 봐도 그 아이의 그날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집에서도 이어지도록

이 활동을 학급일지에 기록하면서 날적이를 통해 가정에도 공유했다.

"오늘 유치원에서 기분을 색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어요. 집에서도 저녁에 한번 물어봐 주세요. 오늘 기분이 무슨 색이었어?라고요."

감정 표현은 한 번의 활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시작한 것이 집에서 이어지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올 때 더 풍부해진다. 교사와 부모가 같은 언어를 쓸 때 아이의 감정 어휘가 더 빠르게 자란다.

며칠 뒤 한 부모님이 날적이에 이렇게 적어 보내주셨다. "집에서 물어봤더니 오늘은 초록색이래요. 왜냐고 했더니 풀 냄새가 좋았다고요." 그 짧은 대화가 그날 그 아이가 유치원에서 맡은 풀 냄새와 연결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을 색으로 말하는 연습이 쌓이면, 나중에 말로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오늘 내 기분이 무슨 색인지 아는 것, 그게 감정 인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