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씻을 때마다 물장난을 했다
6월 초의 어느 날, 한 아이가 손을 씻으러 갔다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가보니 세면대 앞에서 물을 이리저리 튀기고 있었다. 손을 씻는 게 아니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미 옷이 젖어 있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손 씻을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나는 그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말했다. "물장난 하고 싶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장난은 텃밭에서 해. 여기는 손 씻는 곳이야."
혼내는 것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는 이것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안 된다가 아니라 여기서 해
아이들이 규칙을 어길 때, 대부분은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디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장난이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물의 감촉을 느끼고, 물을 튀기고,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 이건 억누를 이유가 없다. 다만 장소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물장난하면 안 돼"라고만 하면 아이에게 욕구 자체를 억압하는 메시지가 된다. 그런데 "물장난은 텃밭에서 해"라고 하면 다르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는 그 말을 들은 뒤 손을 빨리 씻고 돌아왔다. 물장난을 참은 게 아니라, 더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가정과 유치원의 규칙이 다를 때
그날 날적이를 통해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오늘 손 씻을 때 물장난하는 일이 있었어요. 혹시 집에서도 손 씻을 때 물놀이를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가정에서 허용되는 것이 유치원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건 부모님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허용되는 것이 유치원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차이를 아이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교사 혼자가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할 때 훨씬 효과적이다.
같은 말을 집에서도 들으면 아이는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안다. 유치원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엄마 아빠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아이의 행동이 달라진다.
공간이 규칙을 만든다
유치원에서 공간의 경계를 알려주는 것은 훈육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간마다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세면대는 손을 씻는 곳, 텃밭은 물을 만지고 흙을 만지는 곳, 교실은 놀이하는 곳, 낮잠 자리는 쉬는 곳.
이 경계가 분명해지면 아이들이 오히려 각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행동한다. 여기서는 뭘 해도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규칙이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텃밭에서 물놀이를 허용하는 날, 그 아이는 누구보다 신이 났다. 실컷 물을 튀기고, 흙과 물을 섞어 진흙을 만들고, 손이 흙투성이가 됐다. 그리고 나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는 조용히 씻고 돌아왔다.
공간을 알려준 것이 그 아이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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