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도 나간다
5월의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아이들이 등원하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물었다. "선생님, 오늘 나들이 못 가요?" 나는 우비와 장화를 꺼내면서 대답했다. "비 오는 날도 나가는 날이야."
우비를 입는 것부터 아이들이 신이 났다. 평소에 안 입는 것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날의 시작이다. 장화를 신고 우비 모자를 뒤집어쓰고 교실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 세상이 달라져 있다.
빗속에서 나들이를 나가는 이유가 있다. 비 오는 날의 자연은 맑은 날과 전혀 다른 자극을 준다. 냄새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고, 땅의 질감이 다르다. 그 다름을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나뭇잎을 찾아다니다
그날 나들이의 주제는 나뭇잎이었다.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나뭇잎을 가져왔다. 크고 넓은 것, 작고 뾰족한 것,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굽이친 것,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것.
비를 맞은 나뭇잎은 색이 더 진했다. 초록이 더 진하게 빛났다. 한 아이가 색이 변한 나뭇잎을 발견했다. 한쪽은 초록색인데 다른 쪽은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선생님, 이거 왜 이래요?"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왜 그럴까?" 하고 돌려줬다. 아이들이 저마다 이유를 말했다. "아파서요", "늙어서요", "비 맞아서요."
정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나뭇잎 앞에서 아이들이 궁금해하고,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미 배움이었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나뭇잎을 실컷 탐색하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나뭇잎 하나를 들고 잎을 하나씩 떼기 시작했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꽃잎으로 하는 그 점치기 놀이를 나뭇잎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랐다. 그냥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하나둘 달려왔다. "나도 해볼게요!"
그런데 금방 문제가 생겼다. 아무 나뭇잎이나 다 되는 게 아니었다. 너무 큰 나뭇잎은 떼기가 힘들었다. 잎이 통째로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작고, 갈래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야 한다. 딱 맞는 나뭇잎을 발견한 아이가 소리쳤다. "이거예요, 이게 딱이에요!"
교사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놀이의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스스로 찾아냈다.
사랑해 나뭇잎이라는 이름
교실로 돌아와서 모둠 시간에 그날 발견한 나뭇잎들을 꺼내놓고 이름을 붙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점치기 놀이에 썼던 나뭇잎에 이름을 붙여줄 때 아이들이 한참 의논했다. "점치기 나뭇잎이요", "갈래 나뭇잎이요", "행운 나뭇잎이요." 이런저런 이름이 나오다가 결국 "사랑해 나뭇잎"이 됐다.
그날 이후 그 이름이 교실 언어가 됐다. 다음 나들이를 나갈 때마다 "사랑해 나뭇잎 있나 봐요"라고 찾아다니는 아이들이 생겼다. 나뭇잎 하나에 이름이 붙자, 그것이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아이들과 이야기가 있는 무언가가 됐다.
비 오는 날이 선물해주는 것
비 오는 날 나들이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올 때 아이들의 장화가 흙투성이였다. 우비도 빗방울이 가득했다.
그런데 표정이 좋았다. 맑은 날보다 더 신이 난 얼굴들이었다.
비 오는 날 밖에 나간다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다. 젖을 수도 있고, 흙이 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불편함 속에서 아이들이 얻는 것이 있다. 세상이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그 달라짐이 두려운 게 아니라 흥미로운 것이라는 감각. 그리고 그런 날에도 함께 나갔다는 기억.
사랑해 나뭇잎은 비 오는 날 나들이에서 태어났다. 그 이름이 살아있는 한, 그날의 기억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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