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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3세45

가정과 유치원이 같은 말을 할 때 — 날적이가 만드는 연결 날적이가 뭔가요우리 유치원에는 날적이라는 것이 있다.날마다 적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교사가 그날 아이에게 있었던 일, 관찰한 것, 전달하고 싶은 것을 적어서 가정에 보낸다. 부모님은 집에서 있었던 일, 아이의 상태, 궁금한 것을 적어서 다시 보내온다. 매일 오가는 짧은 편지 같은 것이다.처음에 이 시스템을 설명하면 부모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매일 써야 하는 건가요, 뭘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달라진다. 날적이가 쌓일수록 교사와 부모 사이에 아이를 함께 보는 눈이 생긴다.같은 말을 하는 것의 힘6월 초에 한 아이와 관련해서 날적이를 주고받은 일이 있었다.손을 씻을 때마다 물장난을 하는 것이 반복됐다. 나는 날적이에 이렇게 적었다. "유치원에서는 물장난하는 곳이 텃밭이라고.. 2026. 6. 16.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이, 어떻게 대응할까 — 선택의 경험을 주는 훈육 낮잠 자리를 세 번 바꾼 아이6월의 어느 낮잠 시간이었다.한 아이가 눕더니 옆에 있는 친구를 보고 말했다. "나 유주 옆에서 자고 싶어요." 자리를 옮겨줬다. 잠시 후 또 말했다. "나 수호 옆에서 자고 싶어요." 또 옮겨줬다. 그러더니 다시 말했다. "나 가희 옆에서 자고 싶어요."나는 멈췄다.이번에는 옮겨주지 않았다. 대신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말했다. "지금은 도하 옆에서 자거나, 혼자 자거나 둘 중에 하나만 고를 수 있어." 아이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다렸다. 울음이 잦아들 무렵 아이가 말했다. "도하 옆에서 잘게요." 그리고 누웠다.왜 계속 바꾸는 걸까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이를 보면 "고집이 세다", "욕심이 많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보면 이.. 2026. 6. 15.
버들잎도령 이야기를 나들이에서 만났어요 — 옛이야기와 자연이 만나는 순간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4월 어느 날, 아이들에게 버들잎도령 이야기를 들려줬다.우리 반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책을 그대로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그랬다. 버들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이야기, 도령이 버들잎을 타고 흘러가는 이야기. 아이들이 조용히 들었다.다음 날 나들이를 나갔다. 아이들과 걷다가 길가에 버드나무가 있었다. 길고 가는 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내가 멈추기도 전에 한 아이가 소리쳤다."선생님, 저거 버들잎이에요!"어제 들은 이야기 속 버들잎을 오늘 실제로 만난 것이다.이야기가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한다아이들이 버드나무 앞으로 달려갔다.잎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바라봤다. "이거 물에 띄우면 흘러가겠다", "도령이 이 잎을 탔겠다." 어제 들은 이야기가 .. 2026. 6. 14.
먹그림, 선 하나를 긋는 것부터 시작해요 — 조절의 경험 먹물 앞에서5월 말, 교실에 먹물과 붓이 놓였다.아이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으면서 먹물을 들여다봤다. 검고 진한 색. 냄새도 낯설었다. "이게 뭐예요?" "붓으로 그리는 거야, 먹그림이라고 해." 아이들이 붓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먹그림은 수정이 안 된다. 한번 그으면 지울 수 없다. 아이들에게 그건 처음 경험하는 조건이었다. 연필은 지우개로 지울 수 있고, 크레파스는 덧칠할 수 있다. 그런데 먹물은 한번 그은 선이 그대로 남는다.그 조건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쳤다.선을 긋기 전에 멈추는 아이들처음에 아이들이 천천해졌다.평소 미술 활동에서 빠르게 칠하던 아이들이 붓을 든 채로 잠시 멈췄다. 어디에 선을 그을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멈춤이 새로웠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신중함이 먹그림 앞에서.. 2026. 6. 13.
물장난은 텃밭에서 해요 — 공간의 경계를 알려주는 법 손 씻을 때마다 물장난을 했다6월 초의 어느 날, 한 아이가 손을 씻으러 갔다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가보니 세면대 앞에서 물을 이리저리 튀기고 있었다. 손을 씻는 게 아니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미 옷이 젖어 있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손 씻을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나는 그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말했다. "물장난 하고 싶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장난은 텃밭에서 해. 여기는 손 씻는 곳이야."혼내는 것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는 이것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안 된다가 아니라 여기서 해아이들이 규칙을 어길 때, 대부분은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디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장난이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2026. 6. 12.
사랑해 나뭇잎으로 점을 쳤어요 — 비 오는 날 나들이 이야기 비 오는 날도 나간다5월의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아이들이 등원하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물었다. "선생님, 오늘 나들이 못 가요?" 나는 우비와 장화를 꺼내면서 대답했다. "비 오는 날도 나가는 날이야."우비를 입는 것부터 아이들이 신이 났다. 평소에 안 입는 것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날의 시작이다. 장화를 신고 우비 모자를 뒤집어쓰고 교실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 세상이 달라져 있다.빗속에서 나들이를 나가는 이유가 있다. 비 오는 날의 자연은 맑은 날과 전혀 다른 자극을 준다. 냄새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고, 땅의 질감이 다르다. 그 다름을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가르친다.나뭇잎을 찾아다니다그날 나들이의 주제는 나뭇잎이었다.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을 찾아보.. 2026.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