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실 속 놀이 이야기

봄을 맛보고 물들이며 피어나는 아이들: 화전 만들기 & 꽃물 들이기

by soriedus 2026. 3. 12.

이번 글은 화전만들기와 꽃물 들이기 활동을 통해 봄을 맛보고 물들이며 활짝 피어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매년 산에 가서 진달래를 뜯어와 화전만들기 활동을 하는데요. 이번에는 꽃물 들이기까지 포함하여 봄에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봄을 맛보고 물들이며 피어나는 아이들: 화전 만들기 & 꽃물 들이기
봄을 맛보고 물들이며 피어나는 아이들: 화전 만들기 & 꽃물 들이기

 

매년 봄, 산에 올라가는 이유

나는 매년 봄이 되면 아이들과 산에 간다.

진달래를 따러 가는 것이다. 활짝 핀 진달래를 한 아름 안고 내려오는 것이 우리 반의 봄맞이 의식이 된 지 벌써 몇 해가 됐다. 아이들은 올라가는 내내 진달래가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누군가 "있다!" 하고 소리치면 모두가 달려간다.

꽃을 따는 것도 가르쳐줘야 한다.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가지가 부러진다. 꽃잎만 살살 떼어내야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 서툴다. 꽃잎이 찢어지기도 하고, 줄기째 뽑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몇 번 하다 보면 손이 기억한다.

산에서 내려올 때 아이들 손에 진달래가 가득 들려 있다. 그 꽃들이 그날 오후 화전이 된다.

화전 만들기, 봄을 먹는 시간

화전 만들기는 단순한 요리 활동이 아니다.

내가 직접 딴 꽃이 음식이 된다는 경험. 자연에서 온 것이 내 손을 거쳐 밥상에 오른다는 경험. 이 과정이 아이들에게 자연과 음식의 연결을 몸으로 가르쳐준다.

찹쌀 반죽을 만드는 것부터 아이들이 함께한다. 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반죽이 달라지는 것을 손으로 느낀다. 처음에는 뚝뚝 끊기다가 점점 매끄러워지는 질감. 이게 감각 놀이고, 과학이다.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서 진달래 꽃잎을 얹는다. 아이마다 꽃을 얹는 방식이 다르다. 한 장만 정중앙에 얹는 아이, 여러 장을 빼곡하게 채우는 아이, 꽃잎을 떼어서 패턴을 만드는 아이. 같은 재료인데 결과물이 전부 다르다.

프라이팬에 올려 지지는 건 교사가 하지만,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본다. 반죽이 익으면서 색이 달라지는 것, 진달래 꽃잎이 반죽에 붙어서 선명해지는 것. "냄새 난다", "맛있겠다"라는 말들이 쏟아진다.

다 만든 화전을 나눠 먹을 때 아이들의 표정이 제일 좋다. "내가 만든 거야." 자기가 딴 꽃, 자기가 빚은 반죽, 자기가 만든 화전. 그 음식을 먹는 맛이 그냥 받아먹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아이들은 안다.

꽃물 들이기, 색깔이 배어드는 시간

화전을 만들고 남은 진달래 꽃잎으로 꽃물 들이기를 했다.

흰 천 위에 꽃잎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린다. 꽃잎이 터지면서 색이 천에 스며든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이때다. 두드릴수록 색이 진해지는 것, 꽃잎 모양이 천에 찍히는 것을 보면서 탄성이 나온다.

한 아이가 꽃잎을 여러 개 겹쳐서 두드렸다. 색이 섞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색깔이 나왔다. "선생님, 이거 보라색이에요!" 분홍색 진달래에서 보라색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발견이 그 아이에게는 작은 과학 실험이었다.

꽃물이 든 천을 말리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 작품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계속 말하면서. 그 천을 집에 가져가는 날, 아이들의 가방이 봄 냄새로 가득 찼다.

봄꽃 활동이 가르쳐주는 것

화전 만들기와 꽃물 들이기는 겉으로 보면 계절 활동이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꽃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반죽을 만지면서 촉각이 발달한다. 색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관찰력이 생긴다. 자기가 만든 것을 먹고 집에 가져가면서 성취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봄이라는 계절의 기억과 함께 아이 안에 남는다.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진달래를 보면 무언가 따뜻한 기억이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어릴 때 몸으로 겪은 경험이 남기는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