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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유치원 현관 앞 풍경 매년 3월 첫 주, 유치원 현관 앞에는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부모님의 뒷모습. 어떤 분은 빠르게 걸어가고, 어떤 분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을 흔드는 분도 있다.나는 그 뒷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저 분들 마음이 아이보다 더 힘들겠다고.아이는 교실에 들어오면 울다가도 점토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부모님은 집에 돌아가서도, 일하는 내내도, 픽업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지금 잘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혹시 또 울고 있는 건 아닐까."오늘은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처방전이 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안한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신학기 적응 이야기를 하면 대개 아이에게만 초점이 .. 2026. 2. 26.
퇴근 전, 다음 주 아이들을 생각하며 3월 첫 주를 앞둔 금요일 저녁, 나는 유치원에 남아 교실을 정리하고 있었다.월요일이면 처음 오는 아이들이 이 교실에 들어설 것이다. 어떤 아이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릴 것이고, 어떤 아이는 엄마 손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해마다 다시 마음이 쓰인다.그리고 나는 안다. 교실 밖에서는 부모님들도 똑같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매년 3월마다 가장 많이 받는 연락이 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아침마다 안 가겠다고 울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해보려 한다.등원 거부, 왜 생기는 걸까등원 거부를 단순히 "고집"이나 "예민한 성격"으로 보면 해결이 어렵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2026. 2. 26.
장난감을 다 치웠더니 생긴 일 어느 날 오후 자유놀이 시간에 교실 한쪽 영역의 교구를 모두 정리하고 빈 공간을 만들어뒀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 공간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멀뚱멀뚱 서서 바라봤다. "선생님, 여기 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더니 잠시 후 한 아이가 자기 신발을 벗어서 그 공간에 놓았다. "이거 자동차야." 그 말 한마디가 신호탄이었다.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볼록한 블록 하나를 가져와서 "이거 집이야"라고 했다. 빈 공간은 금세 아이들이 만들어낸 마을이 됐다. 신발로 만든 자동차가 블록 집 앞에 주차됐다.정해진 장난감이 없을 때, 아이들의 상상력은 오히려 더 크게 작동한다. 장난감이 상상력을 막는 경우도 있다장난감에는 정해진 기능이 있다. .. 2026. 2. 24.
장난감은 많은데 왜 5분을 못 노나요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장난감은 엄청 많은데 맨날 심심하다고 해요. 5분도 못 가고 딴 걸 찾아요."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이 말이 낯설지 않다. 비싸게 산 교구가 한쪽에 쌓여 있고, 아이는 여전히 "놀아줘"를 외치는 상황. 문제가 뭘까 고민하다가 유치원 교실을 떠올렸다.우리 교실에는 특별히 비싼 장난감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유놀이 시간에 한 영역에서 30분, 길게는 한 시간도 집중해서 논다. 집과 교실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교사이자 엄마의 눈으로 오랫동안 생각해봤다.결론은 장난감의 수나 가격이 아니었다. 공간의 구성이었다. 장난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유치원 교실에는 한 영역에 놀잇감이 많지 않다. 블록 영역에는 블록만, 미술 영역에는 미술 도구만. 그리고 아이들이 .. 2026. 2. 23.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어느 날 아침, 쌓기 영역이 평소보다 조용했다.가까이 가보니 블록을 높이 쌓아 올린 벽 뒤에서 아이 세 명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훈이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어 막았다.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여기 비밀 기지예요."나는 멈췄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섰다."알겠어. 선생님은 여기 있을게."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어른이 섣불리 들어가면 그 세계가 무너지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벽 앞에서 생긴 일비밀 기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지훈이와 수아가 블록을 높이 쌓아 지붕을 얹으려는 순간,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처음에는 둘 다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더니 지훈이가 말했다. "밑에를 더 넓게 해야 해." 수아가 고개를 끄.. 2026. 2. 22.
밀가루 반죽 앞에서 멈춰선 아이 어느 날 오전, 미술 영역에 밀가루 반죽을 꺼내놓았다.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표정은 분명히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개입하지 않고 기다렸다. 옆 아이가 반죽을 꾹꾹 누르며 "선생님, 이거 진짜 부드러워요"라고 말하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살짝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손으로 반죽을 집어 들었다.그 아이는 그날 오전 내내 반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감각 놀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한번 몸으로 받아들이면 그 자극이 아이를 완전히 집중하게 만든다. 왜 5세에 감각 놀이가 중요한가만 5세 아이들은 몸으로 배운다. 이 시기는 감각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능.. 2026.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