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놀이 이야기19 오감으로 만나는 봄, 아이의 감수성이 깨어납니다 어제 밖에 나갔더니 봄이 왔더라고요. 햇빛이 따뜻해서 옷이 가벼워졌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나들이를 나갔는데 길가에 어떤 변화가 있나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이번 봄은 꽃이 일찍 핀다고 합니다. 앞으로 올 봄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봄의 꽃 놀이에 대해 알아볼게요.봄이 왔어요겨울의 찬 공기가 물러가고 교실 창밖으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 왔습니다. 아이들은 등원길에 만난 작은 꽃봉오리 하나에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곤 하죠. 유아기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한 '감각 놀이터'입니다. 특히 꽃은 색깔, 모양, 향기, 질감이 모두 달라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최적의 재료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꽃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아이의 감수성과 관찰.. 2026. 3. 2. 장난감을 다 치웠더니 생긴 일 어느 날 오후 자유놀이 시간에 교실 한쪽 영역의 교구를 모두 정리하고 빈 공간을 만들어뒀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 공간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멀뚱멀뚱 서서 바라봤다. "선생님, 여기 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더니 잠시 후 한 아이가 자기 신발을 벗어서 그 공간에 놓았다. "이거 자동차야." 그 말 한마디가 신호탄이었다.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볼록한 블록 하나를 가져와서 "이거 집이야"라고 했다. 빈 공간은 금세 아이들이 만들어낸 마을이 됐다. 신발로 만든 자동차가 블록 집 앞에 주차됐다.정해진 장난감이 없을 때, 아이들의 상상력은 오히려 더 크게 작동한다. 장난감이 상상력을 막는 경우도 있다장난감에는 정해진 기능이 있다. .. 2026. 2. 24.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어느 날 아침, 쌓기 영역이 평소보다 조용했다.가까이 가보니 블록을 높이 쌓아 올린 벽 뒤에서 아이 세 명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훈이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어 막았다. "선생님은 들어오면 안 돼요. 여기 비밀 기지예요."나는 멈췄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섰다."알겠어. 선생님은 여기 있을게."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어른이 섣불리 들어가면 그 세계가 무너지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벽 앞에서 생긴 일비밀 기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지훈이와 수아가 블록을 높이 쌓아 지붕을 얹으려는 순간,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처음에는 둘 다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더니 지훈이가 말했다. "밑에를 더 넓게 해야 해." 수아가 고개를 끄.. 2026. 2. 22. 교실을 바꿨더니 아이들이 달라졌다 3월 초, 우리 교실 블록 영역은 한쪽 구석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몇 개 쌓다가 금방 자리를 떴다. 뭔가 아쉬웠다.한 주가 지나고 블록 영역을 교실 가운데로 옮기고 공간을 두 배로 넓혔다. 그랬더니 달라졌다. 혼자 쌓던 아이들이 옆 아이와 연결하기 시작했고, 단순히 탑을 쌓던 놀이가 "여기가 주차장이야, 저기가 집이야"로 이어지는 마을 구성으로 발전했다. 같은 블록이었다. 같은 아이들이었다. 공간만 바뀌었는데 놀이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환경이 말을 건다아이들은 공간에 반응한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는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하고, 아늑하고 작은 공간에서는 조용히 앉아 무언가에 집중한다. 창가에 작은 의자 하나만 놓아도 아이들은 그 자리를 좋아하는 책읽기 코너로 만들어낸다.그래서 교실 환.. 2026. 2. 19.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관찰"이라고 대답한다.가르치는 것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다. 처음에는 그게 낯설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아이를 제대로 보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아이들은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블록이 알려준 것3월 초, 한 아이가 매일 블록 영역에 혼자 앉아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냥 혼자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셨다. 혹시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건 아닌지.나는 며칠 동안 그 아이를 조용히 관찰했다.아이는 블록을 무작위로 쌓는 게 아니었다. 색깔별로 먼저 분류하고.. 2026. 2. 18. 아침 등원, 배움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 반 아이들은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논다.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블록 영역으로 달려가는 아이, 어제 하다 만 그림을 꺼내드는 아이, 창가에 놓인 화분을 들여다보는 아이. 교사가 "자, 이제 시작합시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 영역에 아이들이 몰리는 날은 뭔가 큰 구조물이 나올 것 같고, 역할놀이 영역이 조용한 날은 오후에 갑자기 소꿉놀이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자유놀이 시간, 교사는 무엇을 하나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신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동안 교사는 뭘 하냐고.관찰한다.그냥 지켜보는 게 아니다. 누가 누구와.. 2026. 2. 18. 이전 1 2 3 4 다음